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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롯데멤버스 매거진 <Big Pleasure>_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와 관용의 거리를 걷다

달팽이여행 2014. 5. 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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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관용의 거리를 걷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AMSTERDAM, Netherlands

 

풍차와 튤립과 운하가 아름답고, 많은 도시에서 금기시하는 것들을 합법화한 도시 암스테르담. 그러나 이것이 이 도시의 전부는 아니다. 자유와 관용의 도시 암스테르담에는 스스로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정부와 국민이 상호 신뢰하는 사람들이 있다.

EDITOR 임효정 

COOPERATION 롯데JTB, 네덜란드 관광청(NBTC), 암스테르담 관광청(ATCB)

 

남유럽처럼 수백, 수천 년 전 역사적 유물이 산재해 있지도 않고, 북유럽처럼 광활한 자연 조건도 없는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많은 여행자들이 암스테르담 하면 가장 먼저 세상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도시라는 점을 떠올린다. 그렇다 보니 주로 호기심이 동해 이곳을 찾거나, 지레 겁을 먹고 반나절 정도 머문 후 홀연히 떠나는 여행자가 많다. 그러나 놀라우리만큼 자유로운 정신이 균형을 유지하고, 척박했던 땅 위에 세계 최대 꽃시장을 일구어 냈다는 데 초점을 두고 이 도시를 바라본다면, 네덜란드인들이 유지해온 자유와 질서의 균형 감각,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이 사뭇 다르게 보일 것이다.

걷거나 타거나, 운하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

암스테르담은 작은 도시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2~3일이면 왠만한 중요 명소들을 다 둘러볼 수 있다. 시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운하와 그 곁에 늘어선 독특한 형태의 주택들이다. 암스테르담에는 운하가 많다. 165개의 운하와 1200여개의 다리가 있어 북쪽의 베네치아라는 별명도 붙었다. 운하변의 운치를 더하는 주택들은 동화 속 인형의 집을 연달아 붙여놓은 듯한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상당히 좁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정부가 집의 폭과 넓이를 따져가며 세금을 걷는 바람에 좁고 길다란 집이 들어서게 된 것. 대신 사람들은 코니스라는 처마 장식으로 정성 들여 집을 장식했다. 운하변에는 벤치에 앉거나 산책로를 거닐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저마다 자신의 방법대로 운치를 즐긴다. 그 중 유람선은 여행의 필수 코스라 할 만하다. 네덜란드인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운하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면서 도시의 정취를 세세히 느끼기에 이만한 방법도 없다. 운하에서 사다리만 타고 내려가면 승강장이 되는 곳이 많지만, 대표적인 승강장은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 승강장, 국립박물관 정문 앞 승선장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운하변을 도는 것도 좋다.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애호가들이 부러워할 만한 도시다. 거리엔 사람보다 자전거가 많고, 자전거에 대한 배려를 넘어 우선시할 정도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있다. 거리에는 아예 자전거 전용 신호등과 자전거 전용 도로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자유와 질서는 모순 관계가 아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합법적으로 가벼운 마약류나 매춘을 할 수 있다. 커피숍에서는 커피뿐 아니라 마리화나나 해시시를 팔고, 거리에서 자유롭게 대마초를 피울 수 있다. 중앙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홍등가는 정부가 합법적으로 성매매 영업 허가를 내줬다. 불과 40여년 전만 해도 외모 단속과 통금 시간을 경험했던 한국인에게는 어찌 보면 별천지 같은 곳이라 할 만 하다. 놀랍고도 낯선 자유의 거리 위에서 호기심 많은 여행자들이 눈을 빛내고, 연인과 부부들이 손을 잡고 거리를 기웃거린다. 그렇다고 이 도시가 무제한의 자유를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 매춘은 지정된 특구에서만 가능하고, 소위 소프트 드러그는 한정된 수량만 구입할 수 있다. 암스테르드인들은 유럽의 예술과 무역이 꽃 핀 황금 시대 이래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유지해 왔으며, 그러한 것들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국가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이 범죄와의 결탁을 방지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 오히려 낫다는 데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어떠한 사회에서는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금지된 민감한 사항들을 합리적인 틀 안에서 자유를 용인하고, 때로는 관용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들의 균형 감각을 믿는 정부와 정부의 올바른 운영을 믿는 국민들의 신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세계 최대의 튤립 공원 쾨켄호프

네덜란드인들의 꽃 사랑은 유별나다. 온 국토를 꽃으로 물들이고, 사시사철 어디서나 꽃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대부분의 국민들이 꽃에 빠삭하고 매달 집안의 꽃 풍경을 바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색이 진하고 보존 기간이 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네덜란드의 꽃은 매일 같이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된다. 유럽 꽃의 약 80%가 네덜란드 꽃일 정도. 네덜란드 꽃 문화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4월이 좋다. 세계 최대의 꽃 공원인 쾨켄호프가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튤립이 가장 예쁘게 피는 때가 바로 4월이기 때문. 시내가 흐르는 정원 안이 온통 꽃천지가 되고, 국내외에서 온 나들이객들로 북적인다. 또한 암스테르담 시내에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봄이 온다는 싱겔 꽃 시장, 그리고 알스미어라는 세계 최대 화훼 시장이 있다.

그림 엽서 풍차 마을 속으로

풍차를 보려거든 암스테르담에서 북쪽으로 15km 거리에 있는 잔세 스칸스로 가자. 책과 영화에서본 그 모습 그대로 힘차게 돌아가는 풍차가 그곳에 있다. 17~18세기 전력을 만들어 내며 네덜란드의 산업을 이끌었던 풍차는 이제 동력으로 대체됐지만, 몇대의 풍차들이 관광용으로 남아여행객을 맞이한다. 드넓은 녹색 목초지 위에서 평화롭게 돌아가는 풍차, 동화 같은 주택들,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전원에서 느릿느릿 거닐어보자. 네덜란드인에게 있어 한국인에게 김치와도 같은 치즈 체험도 놓칠 수 없다. 카트리나 후버 치즈 공장에서 치즈를 시식할 수 있고, 나막신 공장에서 네덜란드 전통신발을 구경할 수도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서 엿보는 네덜란드의 자취

여러 천재적인 화가들을 배출한 나라인 만큼 암스테르담은 많은 미술관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 세계 최대 컬렉션을 자랑하는 반고흐 미술관은 단연 필수 코스이다.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반 고흐가 남긴 회화 200여점, 소묘 500여점, 개인 기록 760여점 등을 시기별로 전시해 그의 작업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시내에는 17세기 빛의 화가 렘브란트가 살았던 집이 있다. 그의 작업실과 작품들, 유품들이 전시돼있다. 국립박물관에서는 한 때 유럽에서 가장 화려하고 부강했던 나라로서 전세계의 바다를 항해했던 네덜란드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나치 정권을 피해 다락방에 숨어 살았던 안네 프랑크의 집도 가보고, 하이네켄 맥주체험관에서 맥주 한 잔으로 여행의 피로를 날려보는 것도 좋겠다.

부유하지만 검소한 사람들,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풍경. 그러나 무엇보다도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만끽해야 할 것은 자유로움과 관용의 정신, 그리고 합법적으로 주어진 자유를 방종으로 헛되게 하지 않는 사람들의 균형 감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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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INFO

 

어떻게 다닐까

중앙역과 다소 떨어진 곳에 볼 것이 많아 대중교통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트램과 자전거가 유용하며, 작은 골목에 차와 트램이 뒤섞일 때가 많아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애용한다. 보증금은 50유로 정도.

무엇을 먹을까

네덜란드의 대표 음식은 우리나라 젓갈과 비슷한 청어이다. 익히지 않고 날로 먹는 것으로, 보관이 용이해 해상에서 유용히 먹으며 널리 보급됐다. 으깬 감자요리인 스탐포트, 치즈, 플랑드르식 감자튀김인 프리트도 있다.

암스테르담 카드

대중교통, 유람선, 각종 미술관과 박물관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카드. 레스토랑 등 에서 혜택을 주는 곳도 있다. 중앙역이나 중앙역 앞 광장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살 수 있다. 24시간에 40유로.

2013 켄호프 꽃축제

암스테르담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쾨켄호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튤립 축제. 7개 구역으로 나뉘어진 정원에서 450만 송이의 튤립이 일제히 꽃망울을 피운다. 올해는 3 21일부터 5 20일까지 열리며, 꽃이 가장 예쁜 시기는 4월 중순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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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멤버스 매거진 <Big Pleasure> 글 임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