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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과연, 나폴리에 빗댈 통영 – 자유기고가 임효정

달팽이여행 2012. 6. 9. 19:12

“나이 들면 통영에서 살고 싶어.”

 

어느 날 한 선배가 읊조리듯 말했다.

한주가 멀다 하고 전국을 누비는 여행 전문가의 말이라 울림은 더 컸다.

 

주변에서 하도 통영, 통영 하길래 좋을 거라 예상은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매료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다는 곳 하나쯤은 남겨두고 싶었던 것 같다.

최고의 여행지가 필요한 순간 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머물고 싶었다.

 

통영 여행의 기회는 불현듯 왔고, 나는 1주일 전 아침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한다는 미륵산(해발 461m)으로 향했다.

미륵산으로 가는 길은 등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려수도의 섬들이 그리는 풍경의 축제를 굽이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길이 1,975m)라는 수식어를 단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가 거침없이 미륵산을 오른다.

거대하고 짙푸른 몸집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문득 스위스 그린델발트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풍경이 눈 앞 풍경과 겹쳐졌다.

유럽서 만난 풍경이 한국에서 되살아날 줄이야.

두 공간이 달콤한 입맞춤을 나누는 시간

이 소중한 순간을 놓칠세라 눈으로 마음으로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10여 분 후 상부 정류장 도착.

여기서부터는 걸어 올라가며 한려수도의 품 안에 안길 차례다.

400m 길이의 산책 데크를 오르면 미륵산 정상에 닿는다.

가는 길목에 한산대첩, 당포해전 전망대, 박경리 묘소 전망 쉼터를 만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일본 대마도와 지리산 천왕봉, 여수 돌산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위에 수많은 섬꽃들이 흐드러져 있다. 

한려수도를 감싸고 도는 안개는 동양화 풍경에 화룡점정이 되었다.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기운이 감도는 풍경에 나도 하나의 섬이 되어 고요해진다.

 

이곳에 서기 전에 내 나라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논하지 말 것.

내가 화가였다면 이곳을 제대로 그려내겠다는 목표로 붓을 들었을 것이다.

그림 깨나 그린다는 역사 속 화가들도 통영을 알았다면 그리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게다.

 

 

 

 

 

시인 정지용도 생전에 이곳에 서는 행운을 누렸다.

그의 통영 예찬은 이렇게 미륵산에 남겨졌다.

그가 이곳 비경에 얼마나 감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