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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한국가스안전공사 <happy! KGS>_와르르~ 들리나요? 마음의 벽 허무는 소리

달팽이여행 2012. 7. 18. 01:05

와르르~ 들리나요? 마음의 벽 허무는 소리

장애, 비장애, 다문화 가정 아동이 함께 하는 <2012 천사축제>

 

천사들의 운동회를 하늘도 축복하는 것일까. 청명한 봄 햇살이 쏟아지던 4월의 토요일. 꽃송이 같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자세히 보니 일반 아동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이 조금은 불편한 아이와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의 아이도 있다. 휠체어 탄 어른과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몸이 불편해도, 얼굴색 달라도 “친구야, 같이 놀자!”

비장애 아동, 장애아동,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한데 어울리는 <2012 천사축제>가 4월 28일 한국가스안전공사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지역 내 복지관인 작은자리종합사회복지관과 시흥시 장애인 학부모회가 연합해 천사축제를 연 것이 올해로 7회째. 올해 축제에는 장애아 75명, 비장애아 285명, 다문화 가정 아동 60명, 자원 교사 80명 등 500여명이 축제의 장을 뜨겁게 달궜다. 

뛰놀고 체험하고 공연보고

행사는 한바탕 뛰고 구르며 운동하는 1부 프로그램, 체험부스에서 페이스페인팅과 다문화를 체험하는 2부 프로그램, 가수들의 공연을 즐기는 3부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은 하루 종일 열린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즐거워했다.

아이들이 체육관에 모이고 학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가스안전공사 전대천 사장, 작은자리종합사회복지관 조옥화 관장, 장애인부모연대 시흥시지부 조영미 회장의 환영사와 인사말이 이어졌다. 이어 장애아, 비장애아, 다문화 아동 대표가 1명씩 나와 의젓하게 선서를 한 뒤 운동회가 시작됐다. 평소 서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비장애아, 장애아, 다문화 아이들이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청팀과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홍팀 안에 한데 섞여 화합의 장을 펼쳤다.

첫 번째 종목은 줄다리기. 아이들은 얼굴이 벌게지는 줄도 모르고 힘껏 줄을 잡아당기며 똘똘 뭉쳤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들도 청색 깃발과 붉은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흥을 돋우었다. 이어 낙하산 메고 달리기, 모형기차 릴레이, 큰 공굴리기, 팀별 색깔판 뒤집기, 박 터트리기 등이 2시간여 간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장애아, 비장애아, 다문화 가정 아이로 구별 짓는 것은 어른들의 기준이었을 뿐. 아이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피부색이 다른 것이 어떤 제약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 뿐 아니라 전대천 사장도 아이들 속에 섞여 줄다리기, 큰 공 굴리기, 박 터트리기 게임에 참여하며 지역 아동들과 소중한 추억을 나눴다.

전대천 사장은 “공공기관으로서 지역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천사축제를 매년 열고 있다. 주민분들도 바쁘시기 때문에 만나기 쉽지 않은데, 축제를 계기로 주민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뜻 깊게 생각한다. 또한 아이들이 한데 어울리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 어린 친구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에는 곳곳에 체험부스가 설치됐다.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색깔 찰흙을 가지고 용과 꽃을 만들거나 페이스페인팅을 받았고, 투호, 제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며 봄날의 오후를 만끽했다.

연예인 공연까지! 콘서트 즐겨요

이어 콘서트가 열린다는 공지가 들리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공연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꺽기도로 인기몰이 중인 개그맨 홍인규씨와 전혜원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무대에는 브레이브걸스, 비투비, 스윗리벤지, 스매쉬, 보헤미안이 차례로 올랐다. TV에서 보던 가수들이 눈 앞에서 펼치는 무대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했다. 개그맨 홍인규씨는 특유의 입담으로 장애와 다문화 관련 퀴즈를 내고 댄스타임을 열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콘서트 관람은 비장애인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지만 장애 아동에게는 더욱 각별하다. 불편한 몸으로 공연장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발달장애가 있는 9세 어린이는 “저는 사람이 많은 공연장에 못 가는데, 여기 오면 가수들을 볼 수 있어서 매년 와요. 스매쉬 오빠들을 직접 봐서 정말 좋았어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쪽에는 휠체어를 탄 가장도 있었다. 딸과 아내와 함께 왔다는 그는 “몸이 불편하다보니 가족과 문화생활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 여기는 휠체어를 타고와도 불편하지 않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올해도 오게 됐다. 봉사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5월 21일 KBS의 장애인 전문 프로그램 <사랑의 가족>에서 전파를 탈 예정이다.

함께 쓰는 희망 일기

콘서트도 그렇지만 몸을 섞으며 뛰노는 운동회야말로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다. 장애아동들이 또래 비장애 아이들과 어울리는 연습을 하고, 비장애아들도 편견이 생기기 전에 몸이 불편한 친구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기회를 가져 본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보니 천사축제는 어른이 되기 전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된다. 2006년부터 매년 참여한다는 장애아동의 한 어머니는 아이의 변화에 대해 들려주었다. “2006년에 처음 왔을 때는 아이가 겁을 먹어 귀를 틀어막고, 강당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체육관 안으로 수월하게 들어오고 축제를 손꼽아 기다린다. 이렇게 비장애 아동과 어울리는 경험을 쌓고 있다. 오늘도 잘 생긴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너는 응원상 받아야겠다.“고 아이를 격려하며 밀착 봉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득 장애아동들이 이같은 축제에 적극 참여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졌다. 새누리장애아동 학부모회 조영미 회장은 곧바로 “그렇다”고 화답했다. “아이들이 운동을 하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엄마들도 예전에는 아이들을 밖에 내놓기를 꺼려했는데, 요즘은 사회가 변했고 아이들도 달라졌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제 아이들을 내놓을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있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행사를 함께 주관한 작은자리복지관의 조옥화 관장님은 천사축제의 발전에 대해 언급했다. “문화 프로그램도 예전보다 다양하고 재밌어졌고, 점심 메뉴도 돈까스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나왔다. 축제에 점점 더 공을 많이 들여 주시는 것 같고, 아이들이 눈높이에 세심하게 맞춰 주셔서 아이들의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4월의 햇살보다 빛났던 천사들의 어울림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늘고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면서 한국 사회도 급변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른들이 살아온 세상과 크게 다를 것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능력, 다른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훗날 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것이다. 장애, 비장애, 다문화 아동 구분 없이 저마다 각자의 빛깔과 향기로 대한민국에서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란다. 아이들은 지금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배우는 중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사보 <happy! KGS> 

글 사진 임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