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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장애인체육회_글러브로 꿈을 잡고, 배트로 편견 날린다. 코리아장애인야구단 - 자유기고가 임효정

달팽이여행 2012. 5. 8. 11:21

 

글러브로 꿈을 잡고, 배트로 편견 날린다

한국 장애인 야구의 역사를 쓴다. 코리아장애인야구단

“200611월 일본에서 열릴 세계 장애인 야구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선발합니다

장애인 복지관인 정립회관에 이같은 모집 공고가 떴다. 이처럼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은 `1회 세계장애인 야구월드컵'을 주최하는 일본신체장애자 야구연맹이 한국의 참가를 제안한 것을 계기로 창단했다. 그 해 8월부터 3개월간 본격 연습에 돌입했지만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웠다. 일본, 미국, 대만팀과 겨룬 끝에 4등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실망도 잠시. 2010년 한국 야구가 WBC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장애인 야구팀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그 해 열린 제 2회 대회에서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은 마침내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늘 머리 속에 세계 대회를 염두에 두는 만큼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은 상당한 연습량을 소화한다.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한데 모인다. 상업은행 선수 출신 조경우 감독의 지휘 아래 매월 첫째·셋째주 토요일은 실내에서 훈련하고, 둘째·네째주 토요일은 송파리틀야구장에서 사회인 야구팀과 시합을 치른다. 동절기 실내훈련 시즌을 제외하고 이같은 스케줄은 무한 반복된다.

 

왜 하냐고? 좋으니까! 자나깨나 야구 생각

다른 운동도 많은데 야구를 택한 이유를 물었다. 바로 돌아온 답은 야구가 좋으니까였다. 우문현답이다. 신체적인 이유는 있다. 신체 장애인에게 몸을 많이 부딪히는 운동은 좋지 않은데, 야구는 상대적으로 그럴 일이 적다. 투수 박승진씨는 운동장에 서 있으면 더없이 상쾌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주말에 야구해야지하고 생각한다며 뿌리 깊은 야구 사랑을 드러냈다. 서규열씨도 나이 40 넘어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땀 흘리며 운동할 기회는 드물다고 거들었다.

코리아장애인야구단 회원 중에는 다른 운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전천후 스포츠맨이 많다. 먼저 투수 박승진씨는 2011년 전국 장애인 수상스키 대회 랭킹 3위 선수다. 또한 대주자 남경모(29)씨는 2001년부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남자 육상 100m, 200m, 400m 에 출전해 매년 메달 행진을 이어오는 육상 인재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도 있다.

야구단 활동 중 가장 어려운 점은 재정 문제다. 개인 장비, 구장 대여 문제로 돈이 드는데, 회비에 부담을 느끼는 회원이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기적인 후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왼쪽 뒷줄부터 2루수 백동규(43), 외야수 김창주(45), 대주자 남경모(29), 외야수 윤상현(23), 투수 서규열(44), 투수 박승진(46), 앞줄 유격수 최윤제(42)

 

망설이지 말고 오라

20대부터 50대까지 이들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지금 코리아장애인야구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2030 세대 선수 수급이다. 이들은 우리는 고무공을 쓰기 때문에 정통으로 맞아도 멍도 안 든다. 하지 장애인도 어느 정도 뛸 줄만 알면 된다. 누구든지 할 수 있으니 겁내지 말고 왔으면 좋겠다며 적극적으로 입단을 권했다.

 

장애인 야구의 초석을 다진다

향후 계획은 무엇일까. 이들은 협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3회 세계 대회는 협회 체제로 나가려고 구상 중이다. 젊은 세대에게 야구단을 물려줄 준비도 해야 한다. 장애인 야구의 초석을 다진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제 3회 세계 신체장애인 야구대회가 내년 또는 내후년 열린다. 대회의 목표를 묻는 말에 누군가 “3위 입상”이라고 하더니, “아니야, 2등은 해야지!”라며 서로 목표치를 높인다. 국내 장애인 야구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코리아장애인야구단. 그들이 국가대표로서 초심을 잊지 않고 정직한 땀방울을 흘리는 한, 그들의 찬란한 성장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