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인터뷰

(인터뷰) 문화재청 <문화재사랑> “뻥이오~!” 달콤하고 아련한 추억을 튀긴다_모란시장 뻥튀기 장수 김영목

달팽이여행 2014. 4. 29. 19:18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하여 볼 수 있습니다.)

모란시장 뻥튀기 장수 김영목

 

“뻥이오~!”

달콤하고 아련한 추억을 튀긴다

 

전국 최대 오일장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는 점점 잊혀져가는 추억을 되살려주는 곳이 있다. 군것질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 사람들의 뱃속을 달래주던 추억의 간식 뻥튀기집이 그곳이다. 장이 서는 날이면 이곳은 그대로 없이 손님들이 밀려든다. 뻥튀기를 얼마나 맛있게 튀겨 주기에 이렇게 손님이 많은 것일까?

안에서 살살 녹는 추억의 뻥튀기

뻥튀기 장수 김영목(60)씨가 운영하는 뻥튀기 가게는 사람 많기로 유명한 모란시장에서도 단연 상종가를 친다. 각종 곡물을 튀겨가는 사람들과 뻥튀기를 사가는 사람, 어린 시절 추억에 젖는 사람이 뒤섞여 이곳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게를 둘러 있는 손님들의 시선 끝에는 바쁘게 돌아가는 개의 뻥튀기 기계와 뻥튀기 튀기기에 여념이 없는 뻥튀기 아저씨 김영목씨가 있다.

“뻥이오~!” 김영목씨의 외침에 이어 뻥튀기 기계가!” 소리와 하얀 연기를 시장곳곳에 퍼트린다. 대포소리 같은 우렁찬 소리에 손님들은 얼른 양쪽 귀를 막아보지만, 만면에는 익살스러운 표정이 가득 떠올랐다. 모처럼 중장년층의 얼굴에 동심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김영목씨가 처음 뻥튀기 기계를 손에 잡은 것은 1986. 햇수로 29년이 됐다. 어느새 인생의 절반을 뻥튀기와 함께 셈이다. 예전에는 과일 파는 일을 했는데, 아는 사람의 권유로 뻥튀기 일을 접한 뒤로 지금까지 뻥튀기 장수의 길을 걸었다. 5일에 번씩은 모란시장에 자리를 펴고, 평소에는 경기도 성남동에 있는 뻥튀기 가게에서 일을 한다. 특히 모란시장에서 장사를 때면 항상 손님들이 그의 주변을 둘러 서는 바람에 먹을 시간은커녕 잠깐 앉아있을 겨를도 없다. 이렇게 손님을 많이 끄는 비결을 묻자 그는 특유의 투박하고 겸손한 말투로 대답한다. “글쎄요. 손님에게 성심성의껏 해주는 거죠. 맛있다고 손님들이 소문을 내주고 그래요.” 사실 집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이들의 대화를 귀동냥해서 듣다보면 이내 감지할 있었다.

“내가 지금 시간도 기다렸는데, 것은 이제 들어갔어.”

“여기가 튀겨서 저도 자주 와요. 벌써 년이 됐어.”

“이건 튀기는 집에서 튀겨야 . 하는 데서 튀기면 딱딱하고 타서 맛이 없어요. 짓는 거하고 똑같아.”

30 뻥튀기의 내공.. 손님에 따라 다르게 튀긴다

가만히 보니 손님들이 튀겨가는 곡물이 참으로 다양하다. , , 누룽지부터 , 마카로니, 은행 낟알은 무엇이든 튀기는 것이 집의 특징이다. 세상의 모든 먹거리가 그런 것처럼 뻥튀기도 튀기는 사람 솜씨에 따라 맛이 좌지우지된다. 김영목씨는 30년의 뻥튀기 내공을 담아 손님의 연령대와 기호를 감안하여 뻥튀기 맛을 조절한다. “할머니, 연세 때문에 연하게 튀겼어요.” 뻥튀기를 받아드는 할머니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피어난다. 이렇게 김영목씨는 특유의 서글서글하고 따뜻한 성격으로 틈만 나면 손님들과 담소를 나눈다. “오늘은 많이 가져오셨네? 지난번에는 많이 가져오셔서 다른 손님들에게 나눠주셨잖아.” 오랜 세월 일을 하면서 손님들과 정을 나누다보니 수십년 단골손님도 적지 않다. 30 전부터 지금까지도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

장사가 된다고 힘든 순간이 없을 리는 없다. 한참을 공들여 지나치게 마른 곡류를 튀겨 주었는데도 불만을 쏟아내는 사람, 돈을 주지 않고 버리는 사람 별별 사람들이 있다. 한번은 길에 잠시 뻥튀기 기계를 놓아두었다가 기계를 통째로 잃어버린 적도 있었다. 달고 기억을 고스란히 껴안고 있지만, 그래도 30년간 뻥튀기를 튀겨 돈으로 2 4 자식들을 대학 공부까지 시켰다. 가업을 잇겠다는 25 막내 아이의 생각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뻥튀기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소박하고 유일한 그의 바람이다.

 

세상의 먹을거리가 아무리 다양해진다고 해도 시절 뻥튀기의 맛을 잊을 없는 것은, 뻥튀기가 출출한 뱃속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지금껏 내가 계속 해온 일이고, 앞으로도 내가 나갈 이라고 우직하게 말하는 그가 튀기는 뻥튀기 소리가 앞으로도 우렁차게 울려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은추억의 뻥튀기 공유하는 한국인이라면 모두 같지 않을까.

*문화재청 사보 <문화재사랑> 글 임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