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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장사도가 뜨고 있다. (1) – 자유기고가 임효정

달팽이여행 2012. 6. 9. 15:29

 

 

 

 

 

경상남도 섬마을에 새로운 여행 명소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올해 초 오픈해 아직 비교적 조용하지만

입소문을 타는 대로 인근 여행지 외도와 비교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 같다.

통영시 한산면의 외딴 섬 장사도 해상공원’이 그 주인공이다.

 

뱀처럼 길게 뻗은 지형 때문에 장사도라고 이름 붙여진 섬.

남도의 섬마을답게 온화한 기후에서 자라는 난대림이 섬 전체에 이국적 정취를 풍긴다.

그 중에서도 장사도 최고의 볼거리는 자생 동백나무들의 군무다.

여기에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가 섬 군락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퍼뜩, 경남 다른 마을에서 첫 눈에 반한 나무 한 그루가 떠오른다.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자태로 찰진 녹음을 뿜던 그 나무도 동백나무였지.

평소 정갈한 모습의 동백나무는 겨울엔 핏빛 꽃망울을 피워낸다.

뭐랄까, 동백나무는 단아하면서도 매혹적인 여인을 닮았다.

 

 

 

 

 

 

 

 

 

 

 

 

 

 

동백나무를 내세우는 섬이라 섬 이름도 동백의 영어 표기 ‘까멜리에인 이곳.

수백 년 된 동백나무가 섬을 뒤덮고, 동백나무 터널길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장사도를 올려두었던 터다.

 

장사도로 들어가려면 인근 통영, 가배, 저구, 대포 선착장 등 4개 항 중 한 군데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장사도와 가장 가까운 대포항에서 배에 올라 타 장사도로 향한다.

 

 

 

 

 

 

 

 

 

 

남해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의 정취에 취해 있노라니

얼마 되지 않아 개성 만점 섬 하나가 위풍 당당한 모습을 드러낸다.

좌우로 힘있게도 뻗었다.

누가 봐도 저 섬이 장사도라는 것을 헛갈리지 않겠다.

 

길이 1.9, 400m의 뱀을 닮은 섬을 좌에서 우로 천천히 살펴보았다.

단잠에 빠진 듯 해수면에 누워있는 녀석.

금새 덜컹, 우람한 몸집을 흔들며 바닷물을 튕겨댈 것 같다.

진녹색 물감을 힘있게 풀어놓은 듯한 6월의 장사도는

하늘에서 보면 뱀보다는 악어와 더 닮은 듯 하다.

 

 

  

 

 

 

 

 

 

 

 

 

외딴 섬이 빚어 낸 시크릿 가든

 

 

 

 

 

장사도는 입구부터 오르막길이지만 누구 하나 인상 찡그리는 이가 없다.

한국 땅 맞나 싶을 정도로 생경한 수형의 난대성 나무, 꽃들이

좌우로 늘어선 채 퍼레이드를 펼치기 때문이다.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이들과 눈 맞추다 보면 오르막길이라는 사실은 깜빡 잊고 만다.

 

  

 

 

 

 

 

 

 

  

 

어떤 꽃은 사람보다 아름답다

 

먼 나라의 휴양지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풍경.

끝나지 않을 듯 아득하게 펼쳐진 꽃길.

영화 속 장면 같아 괜시리 눈을 꾸욱 감았다가 떠 본다.

 

 

황홀한 꽃천지서 노닐다 문득 생각한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지만,

어떤 풍경은 사람보다 아름답다.

어떤 꽃은 사람보다 마음 깊숙한 데 들어와 위로를 건넨다.

 

 

 

 

햇살이 머무는 나무 터널 안에 벤치가 하나 숨었다.

난대림이 흩뿌리는 청량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이 벤치를 따스하게 감싼다.

자연이 저 스스로 이곳에 포토샵 효과라도 넣고 있는 듯

이 공간에서 햇살은 유독 축복처럼 부서지고 있었다.

연인과 밀어를 속삭이기에 더없이 완벽한 공간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