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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장사도가 뜨고 있다. (2) – 자유기고가 임효정

달팽이여행 2012. 6. 9. 18:26

 

 

 

 

 

 

 

 

 

 

 

 

 

근처 외도가 사람이 정성 들여 매만진 손길이 아름다운 섬이라면

장사도는 자생꽃과 나무를 최대한 자연스런 상태로 둔 섬이다.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

 

뱀을 닮은 섬답게 길은 앞으로 앞으로 자꾸만 이어진다.

몇 분간 오르막길을 걸었다 싶더니, 차츰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평지에 가까운 길까지 오르니 섬 밖은 온통 바다 세상이다.

앞뒤 좌우로 끝도 없이, 바다다.

 

 

 

 

 

 

 

 

 

 

이토록 우람한 바다 위에 장사도가 포근하게 안겨 있고

나 역시 호사롭게 섬의 품을 탐닉한다.

나만 이곳을 알고 조용히 찾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끄러운 욕심이 고개를 내민다.

 

 

 

 

 

 

 

 

 

오르막길이 끝날 때쯤 센스있게도 뽕잎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었다.깔끔 청량한 맛을 음미하며 잠시 탁 트인 경관을 눈에 담는다.

 

더치 커피를 즐기는 최상의 장소

장사도 안에는 식물원, 영상관, 갤러리 등 여러 공간들이 있지만

그 중 까페테리아를 빠뜨리면 놓치면 서운하다.

제대로 된 더치 커피를 내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관광 섬에서 이렇게 맛있는 커피가 있을 줄이야.

게다가 공간의 감성도 최상급이다.

 

더위와 씨름한 후 즐기는 더치 커피의 풍부한 질감과 청량함 

바다를 달려 방금 살갗에 도착한 바닷바람의 촉촉함

앞뒤좌우로 시원하게 트인 시야의 바다

벗처럼 옆에 앉은 동백나무들

세련된 인테리어까지.

별 다섯개짜리 커피집이다.

 

목도 축였으니 이제 동백나무 터널길로 향한다.

벛꽃터널은 숱하게 걸었지만 동백나무 터널은 처음이다.

 

 

 

 

 

 

 

동백나무들이 손에 손을 잡아 하늘을 가리고 인간의 몸을 덮었다.

그리 길지 않은 길이지만 굽이져 있어 언제 길의 끝에 닿을지 모른 채 발을 디딘다.

비밀의 통로를 걷듯 순례길을 걷듯 거닌다.

마음이 오묘해 지더니 끝내 맑아진다.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수백 번 들었어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그 노래

앞으로는 이 가락을 들으면 장사도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꽃피는 동백섬의 고운 자태를 이제야 알았다.

 

  

 

초봄엔 자연산 레드카펫길 깔리고 겨울엔 동백꽃 피는 섬

동백꽃이 피고 지는 겨울이면 이 섬의 또 다른 진가가 드러난다.

섬 전체를 붉은 핏빛으로 물들이며 흐드러지게 피는 동백꽃이 겨울(11~4)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겨울 붉은 꽃망울에 하이얀 눈이 살짝 내려 앉은 풍경을 마주하는 것이 이곳 터널길의 묘미다.

또한 꽃이 지면서는 터널길에 아찔한 붉은 카펫이 깔린다.

가을 풍경은 또 다르다. 9, 10월엔 광택있는 푸른잎과 회백색 수피, 흑자색 열매가 까맣게 익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사계절 모두 아름답다는 것이 장사도 사람들의 설명이다.

 

 

수백년 된 자생 군락지의 풍경에 겨운 2시간을 뒤로 하고 장사도를 나섰다.

다음엔 꽃피는 동백섬의 붉은 노래를 들으러 겨울에 오려 한다.

 

 

  


* 여행 정보

주소: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산 4-1 장사도해상공원()

문의: www.jangsado.co.k, 055-633-0362

입장료: 어른 1만원, 어린이 6천원

휴무: 1,3주 월요일, 구정 전일과 당일, 태풍 등 기상 악화 시
편의시설: 식당, 카페테리아

기타: 배낭 반입 불가, 바닥이 다소 울퉁불퉁 하므로 편안한 운동화 권장,                           숙박시설 없음 (선착장 인근 펜션, 민박시설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