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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국사보협회_한방 약초와 청정 기운으로 건강을 달인다, 경남 산청

달팽이여행 2012. 4. 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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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투어_경남 산청군]

한방 약초와 청정 기운으로 건강을 달인다

경상남도 산청

땅 이름부터 산내음이 짙게 배어 나온다. 산이 맑은 고장이라 하여 ‘산청(山淸)’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방인을 가장 먼저 반겨준 건 지리산 자락에서 갓 내려온 청명한 바람이었다. 깊은 산림에서 발원한 바람에서는 알싸하리만큼 농도 짙은 나무 향내가 났다.

 

경남 산청군은 서울 면적보다 1.5배 큰 땅(794.62㎢)에 3만 5천여 명이 사는 수수한 시골 마을이다. 서쪽으로 함양군과 하동군, 북쪽으로 거창군, 동쪽으로 합천군, 남쪽으로 진주시가 닿아 있다. 산청에 지리산 자락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이가 많다. 세상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은 묵묵히 산청 땅에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육로보다 철도 여행이 먼저 발달하면서 지리산이 전라도 산으로 인식됐다는 것이 산청 사람들의 설명이다. 지금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뚫려서 왕복 6~7시간이면 서울에서 천왕봉을 당일 여행으로 다녀올 수 있다. 지리산을 비교적 한갓지게 오를 수 있는 나만의 코스로 삼을 만하다.

산청에서 무엇보다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이어달리기를 하듯 사방팔방 이어진 산자락이다. 어디에 시선을 두든 필시 그 너머에 산자락들이 춤을 추듯 너울거린다. 과연 ‘산’을 내세워 지은 땅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 이같은 청정 자연 환경은 지리산에 뿌리 내린 약초를 더욱 건강하게 키워냈고, 산청군을 한방 약초의 고장으로 우뚝 세웠다. 산청의 지리산 자락에는 1천여 종의 자생 약초가 자란다.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이 의술 활동을 펼친 곳도 산청이다.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 엑스포.. 2013년 산청서 개최

산청은 이같은 약초 자원을 기반으로 매년 5월 한방 의학 축제를 연다. 최근에는 지역 축제를 넘어 국가 차원의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해 열리는 ‘2013 세계 전통의약 엑스포’ 개최지로 산청군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개최지를 공모해 충북 제천, 전북 익산, 전남 순청ㆍ장흥, 경북 영천 등이 경합했고, 산청군이 최종 선정됐다. 산청군 관계자는 “시골에서 열리는 행사라도 국가 행사”라면서 “10여 년간 한방 약초 축제를 열면서 쌓은 노하우로 국가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지금부터 엑스포 이후에도 이어질 콘텐츠를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침 유네스코도 2013년을 ‘동의보감의 해’로 기념한다고 하니 한의약을 만방에 알릴 좋은 기회다.

 

한방 테마관광의 보고.. 동의보감촌

한의학의 고장에 왔으니 산청군의 자랑이자 전국 유일의 한방테마 관광지인 동의보감촌부터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동의보감촌은 산청이 한방 의료의 메카로 부상하는 데 주요 거점이 될 곳이다. ‘2012년 한방 약초 축제’와 ‘2013 산청 세계 전통의약 엑스포’가 열릴 주 무대이기도 하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산청나들목(IC)에서 우회전 해 10분쯤 달리면 왼쪽으로 동의보감촌이 나온다. 허준 선생이 의술활동을 펼친 왕산 기슭이 등 뒤를 감싸고, 옆으로는 필봉산이 우뚝 솟아 있다. 이곳에 한의학 박물관, 한방 테마파크, 약초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박물관에서는 체질 및 인체 부위별로 유용한 약초를 전시하고 건강 나이와 전신반응, 말초혈액 순환을 측정할 수 있다. 또한 박물관 앞마당은 한방 테마공원으로 꾸몄다. 십이간지 광장, 약탕기 모양의 입구와 가로등, 19m의 대형 침, 곰 이빨 사이로 보는 전망대 등이 곳곳에 배치돼 주변을 산책하면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도록 했다. 산청군은 이 자리에 동의보감 힐링타운을 짓고 있다. 1박 2일에 80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한방 의료관광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방문객이 자신의 체력에 맞게 운동을 처방받고 탕약을 지을 수 있고, 병이 없는 사람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음메, 기 살아!” 전국에서 기가 가장 센 곳

한의학 박물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기체험장도 산청 여행의 필수 코스다. 기와지붕 한옥으로 조성 중인 기체험장 건물은 아직 공사 중이라 달리 볼 것이 없고, 기체험장 뒤편에 있는 바위 귀감석으로 향하면 된다. 전국에서 기가 가장 세게 흐른다는 이 바위에 기를 받으러 오는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귀감석은 높이 6.8m에 무게가 무려 130톤인 대형 거북이 모양의 바위다. 워낙 거대하고 단단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기운이 느껴진다. 산청군 관계자는 “지리산 자락에서 뻗어 나온 기운이 뭉친 곳에 기체험장을 세웠다”고 말한다. 산청군수가 이곳에서 기를 받아 가서 국제 엑스포 개최지로 산청군이 선정됐고,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여기서 기를 받아간 후 사장으로 선임됐다고. 거북이 등껍질 위에 몸을 얹어 놓듯 붙이고 잠시 있는 것이 기운을 몸에 들이는 방법이다. 귀감석 왼편에 난 길로 조금만 올라가면 석경이라는 둥그런 바위가 나오는데, 이 바위도 기가 흐르는 바위다. 검은색 돌을 절단했더니 흰색 봉황 무늬가 드러나 세간의 주목도 받았다. 기운이 잘 들어왔는지는 오링테스트(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붙이고 다른 사람이 그 손가락을 벌려 잘 떨어지는 지 여부를 보는 것)를 해보란다. 순간적으로 기운이 더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기를 받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오링테스트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7단 돌무덤, 한국판 피라미드.. 구형왕릉

동의보감촌에서 북서쪽으로 10분여 차를 타고 달리면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돌무덤이 나온다. 가야의 마지막 왕이자 김유신 장군의 증조부인 구형왕의 무덤이다. 돌로 무덤을 쌓은 이유로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가야가 망하자 구형왕이 조상님 뵐 면목이 없어 자신의 무덤을 돌로 누르라고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 첫 번째 설이고, 다른 하나는 구형왕 사후 급한 대로 돌을 모아 쌓았고, 가야가 망하고 나서 그 무덤 위에 돌을 더 얹었다는 설이다. 나라의 최후를 지켜보아야 했던 구형왕의 고통스러운 심경과 달리 그가 잠든 돌무덤은 멋스럽고 장엄한 위용을 자랑한다. 경사진 언덕에 자리 잡은 데다 크고 작은 검은 돌을 7단으로(가로 22m, 높이 7.15m) 쌓아 올려서 피라미드를 연상시킨다. 건축 방식이 독특해 미술과 건축학도들이 꼭 한번 찾아오는 곳이다. 이 곳 위로는 새도 날아다니지 않고, 이끼나 풀도 자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꿈결 같은 토담길이 이어지는 조선시대 사대부 마을.. 남사예담촌

산청까지 가서 남사예담촌을 놓치면 섭섭하다. ‘옛 토담이 있는 남쪽 마을’이라는 뜻으로 남사예담촌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은 마을 자체가 유물에 가깝다. 5.7㎞ 길이로 이어진 토담은 문화재청에서 관리를 한다. 마을 입구에 큼지막한 회화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데, 신기하게도 서로를 향해 X자로 몸을 기울이고 있다. 이 나무 사잇길을 함께 걷는 부부는 백년해로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을 전체에 걸쳐 이어지는 황토색 토담길에는 꿈결처럼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어느 골목에서 조선시대 선비가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고 해도 자연스러운 풍경일 법하다. 남사예담촌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박제되어 관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살면서 마을 고유의 문화와 정취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판 기숙학원인 ‘사양정사’ 등 3개 고가에서는 숙박도 할 수 있다. 가격도 5~8만 원 선으로 합리적이다. 남사예담촌에는 600년 된 감나무, 700년 된 매화나무, 300년 된 회화나무 등 수백 년의 세월을 품은 고목들이 마을 곳곳을 지킨다. 이 외에도 도심에서 흔히 보기 힘든 독특하고 아름다운 수형의 나무들이 가득해 시간 여행의 정취를 더해준다. 따뜻한 기운을 만끽하고 싶은 봄날의 산책에 더없이 좋을 곳이다. 남사예담촌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산청하면 딸기, 곶감, 돼지고기, 소고기 등 농, 축산물 자랑도 빼놓을 수 없다. 산청군 관계자는 “산청 특산물은 다른 지역보다 비싼데다가 서울의 고급백화점 본점으로 직송돼서 정작 군민들은 보지도 못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딸기와 곶감, 흑돼지를 맛보았는데, 특히 흙돼지 삼겹살 맛이 일품이다. 특유의 노린내가 전혀 없고, 씹을수록 쫄깃한데다 감칠맛이 끝까지 배어나온다. 또한 약초의 고장인 만큼 한방 샤브샤브도 별미다. 당귀, 가시오가피, 케일 등 산청에서 생산된 각종 약초를 혼합해 육수를 만들어 끓이는데, 끓어오를 때 풍겨 나오는 내음이 더없이 향긋하다.

 

2012 산청 한방약초 축제

시기: 2012.5.3(목)~5.9(수)

장소: 산청 IC입구 축제광장, 동의보감촌 일원

내용: 산청한약방 체험, 한방약선 음식관 체험, 약초판매장터, 허준 순례길 및 기 체험, 꿈나무 동의보감 한방체험 등

문의: 산청군청 한방산업과 (055-970-7704)

 

2013 산청 세계전통의약 엑스포

시기: 2013.9.6(금)~10.20(일)

장소: 동의보감촌, 한방의료클러스터

내용: (1) 전시_엑스포 주제관, 동의보감 역사관 등

(2) 학술_동의보감 국제 컨퍼런스, 한방의료관광 심포지엄 등

(3) 체험_웰빙로드체험, 한방목욕체험, 약전 저자거리, 산약초 체험 등

문의: 엑스포 조직위원회 (055-970-8600)

 

그 외 가 볼 만한 곳

지리산 천왕봉, 황매산 철죽, 정취암 조망, 대원사 계곡, 남명 조식 유적, 경호강 래프팅 등이 있다. 5월 황매산 철쭉제도 유명하다.

 

먹거리

[약초샤브샤브] 약초와 버섯골식당 (산청군 금서면 특리 1300-5, 055-973-4479)

[향토음식] 예담원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280_남사예담촌 안, 055-972-5888)

[흑돼지] 흑돼지와 누렁이 (산청군 산청읍 옥산리 128번지, 전화 055-973-8289)

 

글: 임효정

사진: pdf_폴링인스튜디오 전대웅실장 / 블로그_임효정

매체: 한국사보협회 2012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