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인터뷰

(인터뷰) 한국가스안전공사 <월간KGS>_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대표

달팽이여행 2023. 7. 26. 11:56

지구에 피해를 덜 주는 결혼식과 옷을 만듭니다

친환경 의류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경재 대표

세계 곳곳에 이상기후가 속출하고 있지만, 익숙함을 포기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삶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반면 환경 지키기에 나서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년 경력의 친환경 패션 전문가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경재 대표도 그중 하나다.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옷을 만든다는 그의 신념이 더 많은 이들의 마음과 동상동몽(同相同夢)’이 되기를 바라며, 그는 오늘도 묵묵히 친환경 옷을 만든다.

결혼식도 친환경으로 할 수 있다

행복한 결혼식이 끝나면 수많은 것들이 버려진다. 1년에 약 170만 벌씩 폐기되는 합성섬유 웨딩드레스, 수백송이의 절화, 청첩장, 낭비되는 뷔페 음식 등이 그렇다.

일반인들이 보통 대여해 입는 합성섬유 웨딩드레스는 3~4번만 입으면 색이 바래져 폐기돼요. 2005년에 환경을 생각하는 결혼식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한국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찾아봐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시작하게 되었죠.”

패션 디자이너 출신이었던 그는 2005년 옥수수전분 소재로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박람회에 전시했다. 이뿐 아니라 그는 천연 한지, 천연 쐐기풀 등 자연 분해 소재로 웨딩드레스를 만든다. 또한 예식이 끝나면 웨딩드레스를 일상복으로 수선해 신부가 평생 간직할 수 있도록 한다.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개발하고 나니 결혼식 전반을 친환경으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액자로 다시 쓰일 수 있는 청첩장, 뿌리를 살린 부케, 일회용 생화 대신 꽃과 허브를 심은 화분장식이 그렇게 탄생했다. 화분은 예식 후 하객들에게 나눠주고, 음식은 친환경 음식, 신혼여행은 공정여행, 답례품은 사회적 기업과의 협업으로 제공한다.

친환경 결혼문화의 전국적 확산에 나서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에서의 결혼이 더 특별한 이유는 지역경제까지 살리는 구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서 맛집, 꽃집, 헤어샵 등이 총출동하고, 마을 어르신들이 잔치 음식을 만들어주신다. 이를 통해 결혼식 매출의 약 65%가 지역사회로 환원된다.

에코웨딩, 마을웨딩을 직접 기획, 진행해온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사업모델을 B2B로 전환했다. 에코웨딩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업체에게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로 변모한 것. 2022년에 서울 수서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식물관PH’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올해부터 에코웨딩을 진행할 수 있는 업체를 확산시키는 것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었어요. 전국 웨딩컨설팅 업체에 친환경 결혼식 메뉴가 하나 더 있도록 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에코웨딩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어요.”

병원복에 친환경과 감각을 더하다

밖으로는 에코웨딩 업체로 잘 알려져 있지만,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이외에도 친환경 유니폼, 그중에서도 병원복 사업을 비중 있게 하고 있다. 병원복을 만들게 된 계기는 2008년 어느 병원에서 친환경 유니폼 의뢰가 들어온 것이 계기가 됐다. 보통 병원복은 원단공장에서 자체 디자인하는데, 그러다 보니 디자이너인 그의 눈에는 개선점이 많이 보였다.

기존의 환자복은 환자가 더 아파 보이잖아요. 입었을 때 폼이 나고, 환자의 가족이 보더라도 멋있어 보이도록 심리적인 측면과 기능성을 같이 고려했어요. 의사복과 간호사복도 마찬가지고요.”

그가 만든 병원복은 친환경 섬유로 만들어져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지구에 최대한 해를 덜 끼친다. 가격은 일반 병원복에 비해 1.5배이지만, 옷의 수명은 2배에 달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친환경 병원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친환경 너머 품질과 디자인으로 승부한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021년 친환경 병원복 브랜드 헤드 플러스(HED+)’를 런칭하고, B2B뿐 아니라 B2C 시장도 공략 중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병원복을 판매한다.

그는 이외에도 통풍이 잘 안 되는 군복, 50~60대 남성들이 집에서 입는 옷 등 디자인 측면에서 소외된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디자인 불모지에서 화두를 던지는 디자이너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2010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패션 분야의 친환경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 및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 서울시장 표창 등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자 친환경 패션기업임을 굳이 전면에 알리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친환경 때문에 사지는 않더라고요. 친환경이라고 하면 황토색 종이를 떠올리고,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생각하죠. 저는 저희 웨딩드레스와 병원복이 품질이 좋아서, 디자인이 좋아서 선택했더니 사회적기업이구나, 친환경 디자인이구나, 하고 알도록 하고 싶어요.”

지속가능한 결혼문화·옷장을 꿈꾸며

그가 친환경 패션업에서 일한 지 약 20여년이 됐다. 국내에서 그만큼 오래 친환경 옷을 만들어온 이도 드물다. 그간의 소회를 묻자 그는 후회는 안 할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적어도 내가 만든 옷이 지구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 옷이라면 후회는 안할 것 같아요. 매일 조금씩이라도 더 친환경 디자인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요즘 헤드 플러스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에코웨딩 컨설팅 업체도 5년 내 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어디에 살든지 그곳에서 동네 음식 먹으면서 결혼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 동서남북으로 50여 개의 에코웨딩이 가능한 곳을 만들고 싶어요.”

옷을 쉽게 사고 버리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도 지속가능한 옷장을 만들 수 있을까? 그에게 물었다. “친환경은 상대적인 개념이에요. 100% 합성섬유로 만들어져도 30년간 입는다면 친환경일 수 있죠. 반면에 싸게 만들지만 한 시즌 입으면 헤져서 입지 못하는 옷이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에요. 그러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걸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갖고 있는 옷을 조금 더 오래 입고, 기증을 해서 누군가 또 한 번 입을 수 있게 옷의 수명을 늘려주는 것도 친환경을 실천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