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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LG전자 <가시> - 금성 며느리와 목성 시어머니의 행복한 공존법

달팽이여행 2014. 5. 12. 09:22

<가시> 창간 이래 최고로 !'터졌다며 편집장님께서 아주 호평해 주셨던 칼럼.

서로를 대하는 법을 매뉴얼처럼 만든 시어머니 사용설명서, 며느리 사용설명서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행복한 공존하는 법에 대해 풀어썼다.

매뉴얼 만드느라 한참 머리 싸맸었는데, 그만큼 반응도 컸다. 역시 쓰는 사람이 고생해야 읽는 사람이 편한 법인가 보다. ㅎㅎ OTL

시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존중받는다는 느낌이다,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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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이가 되는 건, 역시 꿈일까?

금성 며느리와 목성 시어머니의 행복한 공존법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건  OOOO가 없었기 때문이다. 괴로움을 대물림하는 고부갈등의 무한 릴레이, 이제 정말 그만두고 싶다.

 

 

 

 

당당과 당돌 사이, () 며느리 등장이오

, 제사 지낼 기분 아니에요”, “제가 씨받이하려고 철규씨와 결혼한 건 아니잖아요?” 요즘 인기리에 방송 중인 한 드라마에는 거침없는 멘트를 날리는 며느리가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비합리적인 시어머니와 버릇 없는 시누이에 적극 대처하는 며느리상을 선보인 드라마는 많은 공감을 얻었다. 달라진 시월드가 드라마에 속속 반영되고 있는 것.

그렇다. 요즘 며느리들은 배울 만큼 배웠고, 친정에서도 곱게 자랐다. 옳고 그름을 떠나 세상도 변했다. 요즘 신혼부부들은 아이 맡기기 편한 처가 근처에 집을 얻어 사는 경우가 많고, 희귀 케이스였던 장모와 사위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여러모로 시월드와 처월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사이 구도가 급변하는 모양새다. 그러면 시어머니들은 어떤가. 상황이 달라졌다는 건 여기저기서 들어서 익히 알고 있다고리타분한 옛날 사람이라는 말은 결코 듣고 싶지 않다. 비록 자신은 며느리였을 때 혹독하게 당했지만, 나는 며느리에게 멋있는 시어머니 노릇을 해 보이겠다고 다짐한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내 상황으로 돌아오면 사정은 그닥 나아진 게 없다. 며느리도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그렇게 미웠던 건 아니다. 처음엔 친정 엄마처럼 잘 해드리리라 다짐했었고, 나름대로 성의를 다했다. 그러나 내 마음 같지 않은 시간과 사건들 속에서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둘씩 꺾여갔고, 어느새 원망과 미움이라는 상처가 깊숙이 들어박혔다. 처음에는 어려워서상처를 입은 다음에는 서운한 마음에고부갈등은 그렇게 시작된다.

힘겨루기 하지 말고, 억지로 친해지려고 애쓰지도 말고

최강현 부부행복전도사는 그의 저서 <넌 웬수랑 사니? 난 애인이랑 산다!>에서 며느리가 먼저 시어머니의 상실감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자고 조언한다. 평생 엄마만 바라볼 것 같던 아들이 어떤 여자에게 홀려서(?) 홀연 떠나가는 기분이 쓸쓸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다는 거다. 자신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시어머니는 이전의 역할, 혹은 기득권을 버리지 않으려고 애 쓴다. 젊은 며느리는 합리성과 논리를 무기로 힘겨루기에 나선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이 며느리와 시어머니도 서로 관찰하고 탐색하며, 부딪치고 갈등을 해결하는탐색&적응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니 세상의 며느리들이여, 어차피 장기전 아닌가. 오버하지 말고 천천히 갈 일이다. 시어머니들 역시내 딸이라면 내가 어떻게 했을까? “나도 며느리지라는 역지사지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터놓고 말하라, 마음도 트이리니

살아온 환경도 나이도 다른 금시 초문의 두 여자가 한날 한시부터 요이땅소리와 함께 척하면 척하는 사이가 되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 아닐까. 며느리는 시어머니인 나를, 시어머니는 며느리인 나를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 우리는 다가간다. 아프고 서툴지만 서로를 어루만진다. 교감이 이루지지 않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는 것에 공감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다만 이같은 간극을 바짝 좁힐 수 있는 비법이 하나 있다. 터놓고 말하는 것이다. 서로 마음 비우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어른이나 아랫사람이나 마음들을 열어놓지 않는 것이 문제 아니던가. 입을 닫고 침묵하는 사이에 추측과 오해, 왜곡과 갈등, 반목이 대책없이 쌓여간다. 입을 가린 그 마스크를 벗어 던져라! 쌓였던 응어리, 짐덩어리를 이제 그만 내려놓자. 그게 더 인간적이고 편하지 않나. 속으로 삭히고 뒷말하면서 푸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다는 것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다음 세대 며느리들은 과거의 며느리들보다 더 좋은 세상을 살 것이고, 그래야할 것이다. 지금 그대, 꼬인 실타래를 부둥켜 안고 힘들어 하고 있나? 시어머니 본인도 한 때 며느리였고, 지금의 며느리들도 언젠가 시어머니 또는 장모가 될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성숙하고 행복한 고부 관계 대물림, 그 첫걸음을 지금 당신 세대부터 시작하는 일, 멋지지 아니한가.

 

 

********************************************************************************************** TIP 김선희 부부클리닉 대표가 며느리에게 주는 지혜

 

 

첫째, 시어머니에게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라. 여전히 가치 있고 인정받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천천히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둘째, 시어머니의 마음 깊은 곳을 진심으로 궁금해 하면서 인간적인 호기심을 가져라.진심은 통한다.

셋째, 시어머니에게 친정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나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라. 아무리 마음이 비단결 같은 며느리와 시어머니도 딸과 친정엄마 같을 순 없다.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고, 며느리를 딸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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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 시어머니 사용설명서

사용자의 취향에 맞든 맞지 않든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니 사용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마음 내키는대로 대충 사용했다가는 평생 고장난 제품을 끌어안고 살 수도 있습니다.

 

며느리 사용 설명서

사용하기 전에

제품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들도 내 마음같지 않거늘 남이 만든 딸 제품이 오죽할까 하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사용자가 과거에 저사양 시어머니 제품을 사용하느라 혹독한 시간을 보낸 적 있다면 더욱 주의를 요합니다. 무의식 중에 본 제품을 비슷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자식이 성장하여 결혼하겠다는 제품을 데리고 왔을 때는 주저 없이 훨훨 날 수 있게 해주는 편이 좋습니다. 하루 아침에 결단한다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이 세상에 사는 모든 동물이 겪는 자연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제품 설명

본 제품은 사용자를 만나기 전에 시집살이, 고부갈등에 대해 온갖 험한 소리만 들어왔을 확률이 큽니다. 제품이 무척 얼어있을 수 있으니, 따뜻하게 안아주시면 제품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전화 안부 서비스가 부족해서 서운하다면, 아들 먼저 장모님께 전화 안부를 드릴 것을 주문하십시오. 제품의 전화 안부 서비스가 강화될 것입니다.요즘 표준 제품들은 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과감한 스킨십을 시어른들 앞에서 거침없이 하곤 합니다. 정상 작동하는 것이니 눈을 흘기지 마시고 사용자가 익숙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평상 시 관리법

지나친 간섭은 고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본 제품과 아들이 이룬 가정을 독립 세대로 인정하고 심리적으로 아들을 떠나보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들이 밥은 먹고 출근했는지 몹시 궁금하겠지만 덜 궁금해 하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일입니다.쓰기 불편한 제품이라도 배울 것은 배우고, 칭찬할 것은 칭찬해주면 제품의 성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이 먹어 점잔 빼고 거드름 피우는 것만이 옳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평생 주방에 얼씬도 안 하던 아들이 본 제품 앞에서는 설거지를 하겠다며 야단법석을 떨 수도 있습니다. 남자는 오로지 제 아내를 위해 주어야 남자 구실을 제대로 하는 법입니다. 기특하게 반응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제품의 옷차림새나 행동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로 역정내지 말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우선 칭찬으로 서두를 꺼내십시오. 그런 다음 슬쩍 의미심장한 비유를 던져 보십시오.“나도 너처럼 입어봤으면 좋겠다. 요즘 시대가 참 많이 좋아졌지?…” 표준 모델이라면 금세 숨은 뜻을 감지할 것입니다.

안전한 사용을 위한 주의사항

본 제품에게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잠깐 호흡을 멈추면 오작동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내 자신의 인격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명절이 지나 이혼하는 부부가 급증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명절에는 특히 사용에 유의해 주십시오. TV 앞에 퍼져 있는 아들을 주방일에 참여하게 하고, 친정에 일찌감치 보내시면 제품 성능이 몰라 보게 올라갑니다. 시외삼촌, 도련님, 시고모, 큰 동서, 시고모부, 시아주버니, 시누이남편, 아가씨, 아가씨 애인…! 핵가족 시대에서 자란 본 제품은 가족이라는 이름을 달고 생기는 수많은 이들의 탄생을 소리 없이 버거워할 확률이 큽니다. 사용자 집안 식구들과 불필요한 갈등이 없도록 중재해주시면 최고 멋쟁이 사용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울과 스트레스 유발 먼지가 들어가면 이상 증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시는 것이 오래 사용하기에 좋습니다.

시어머니 사용 설명서

사용하기 전에

까다롭지 않은 제품을 만났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로또에 당첨된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러나 본 제품은 매우 민감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언제 이상을 일으킬 지 모르니 늘유의하십시오.본 제품은 사용자가 살아온 환경과 판이하게 다른 시대를 거쳐왔습니다.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니, 기대치를 낮추고 피차 이해하는 것이 본 제품과 사용자 모두에게 이롭습니다.

제품 설명

본 제품이 원하는 것은 존중받는다는 느낌입니다. 본 제품의 경험과 노하우를 칭찬하며 존중해주십시오. 또한 본 제품이 아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주어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제품 성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본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시기는 여성 호르몬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갱년기와 일치합니다. 본 제품이 갱년기 우울감에 상실감이 겹쳐 내구성이 약해져 있을 수 있으니 전화 안부, 용돈, 찾아뵙기 서비스를 보강해주시면 제품력이 좋아집니다.본 제품은 자신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사용자가 별 뜻 없이 하는 말과 행동이 그간 아들에게 자연스럽게 하던 부모 역할을 축소시키거나 없애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상 시 관리법

본 제품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남편과 한 팀이 되어 협동 대처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스로 본 제품을 개조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최대한 비난과 불평의 톤을 뺀 목소리로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 지 하나하나 물어보고 협조와 자문을 구하면서 같이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차라리 푼수가 되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길 한복판에서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며 미주알 고주알 수다를 떨고, 억지로 제품의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려드리고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다니다보면 어느덧 친정엄마만큼은 아니어도 꽤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득 제품과의 가벼운 스킨십을 시도해보십시오. TV를 보는 제품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거나 핸드크림을 발라 드려보십시오. 고난이도 서비스로는 손톱발톱 깎아 드리기도 있습니다. 본 제품의 고단한 삶이 느껴져 가슴이 아프고, 가슴에 사랑도 생깁니다.

안전한 사용을 위한 주의사항

본 제품은 보수와 전통을 중시했던 시대의 막차를 탄 분들입니다. 아내보다는 남편의 바깥일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관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남편 밥은 해 먹여서 출근시켰냐는 말이 나올 수 있으나 당시 표준 모델에게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십시오.말로 옳고 그름을 따지면서 본 제품을 이기려 들고 힘겨루기를 해서는 결코 본 제품과의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더욱 심한 오작동만 일어날 뿐입니다.어려서는 발에, 젊어서는 가슴에 힘이 치솟지만, 나이 들어서는 입에 힘이 실리게 돼있습니다. 세대 차이를 인정하고, 잔소리는 염려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아무리 성숙한 의식을 가지고 아들과 심리적 독립을 이룬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아들의 결혼을 계기로어머니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잃게 되었다는 쓸쓸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점을 이해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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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도서 <가까운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법>(나무생각), <넌 웬수랑 사니? 난 애인이랑 산다!>(조선앤북), <자기는 엄마 편이야? 내 편이야?>(학마을 B&M)

 

 

 

LG전자 사보 <가시> 글 임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