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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롯데카드 매거진 <Bien>_영국인의 독서 교육법_창의력 강국, 영국을 이끄는 힘

달팽이여행 2014. 5. 9. 16:19

창의력 강국, 영국을 이끄는 힘

영국인의 독서 교육법

제조업이 약하고 천연 자원도 부족한 영국이 세계 5위의 경제 규모를 달성하는 데는 전국민적인 독서 저력의 힘이 크다. 천재 과학자와 예술가, 작가, 사상가, 대중 문화와 스포츠 스타 등 인구 규모에 비해 놀라우리만큼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하는 나라, 영국의 독서 교육법을 소개한다.

EDITOR 임효정

 

영국 독서 환경의 2대 키워드 자율· 다양성

영국은 유치원부터 학교 교과과정 내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인간을 양성하는 데 교육 목표를 두고 있다. 타인의 판단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영국 교육의 지향점이다. 따라서 영국 부모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재차 아이의 생각을 물어본다. 좋아하는 과목과 책이 무엇인지, 그것을 왜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기쁜지 어릴 때부터 생각해보도록 하면서 각자 자기 기호를 갖도록 이끄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도서관에서 책 빌려 보게 하고, 정말 좋아하는 책은 낱권으로 구입해준다. 영국 부모들이 전집이나 여러 권의 책을 자녀에게 한꺼번에 사주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같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그림책과 작가의 이야기 방식이 마음에 드는지 일찌감치 깨닫는다. 영국 아이들은 다섯 살만 되도 자기 힘으로 책을 고르고,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댈 수 있다.

 

자율을 중시하는 영국의 교육 철학은 수업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학교에는 교과서가 없다. 국어 시간에는 저명한 작가의 시와 소설 및 희곡으로, 과학 시간에는 참고 도감이나 실험 책을 교재로 쓴다. 교과서 지면의 태생적 한계를 벗어난 아이들은 작품의 길이와 종류, 입장이 다른 책들을 골고루 읽어나간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면 200여 쪽의 장편 동화를 교재로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중등 학생이라면 세익스피어의 희곡을 교재로 삼는다. 교내 평가와 전국 단위 시험도 서술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는 것은 필수적이.

 

가정-민간-정부가 함께 굴리는 독서 문화 수레바퀴

영국의 독서 문화는 학교, 도서관, 서점,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과 협력, 독서 단체, 북 페스티벌 등 여러 주체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형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많은 양의 책을 읽는 것보다 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는 데 보다 큰 의미를 둔다. 출판, 방송, 예술, 관광, 디자인 등 사회의 각 분야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책을 주요 모티브로 삼는다. 책 읽는 인간을 기르는 국가적인 책 선물 프로젝트,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은 영국이 자국민에게 독서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주요 매개체다. 영국의 모든 아이들은 태어나 8개월, 18개월, 3, 초등학교 준비반, 7학년이 될 때마다 무료로 그림책 꾸러미를 선물로 받는다.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도서관이 많기로 유명한 영국에서는 가장 목 좋은 곳에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도서관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이벤트를 열리는데, 그 중 전국에 있는 도서관들이 일제히 참여하는 행사로 방학 동안 책을 6권 읽는 독서 챌린지(reading challenge) 활동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열려 있는 독서 환경을 통해 영국 아이들은 책을 자신의 삶에 깊숙이 받아들여 나간다.

 

남자 아이 책 읽기는 축구처럼 활동적으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남자 아이는 여자 아이에 비해 언어 능력평가에서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는다. 영국국립독서재단은 이 현상의 원인으로 남자 아이들이 독서를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 독서의 남성 본보기가 없다는 점에 집중했다. 이에 재단은 남자 아이들을 위한 역동적인 책 읽기 프로그램 읽기 챔피언(Champion)’을 만들었다. 도서관과 서점을 오가는 등 프로그램에 동적인 요소를 넣고, 축구 선수나 럭비 선수, 프로 레슬러 등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운동 선수들을 포스터 모델로 내세웠다. 축구단과 미리 협의하여 아이들에게 열심히 참여하면 축구선수들이 학교로 올 것이라고 약속하고, 실제로 선수들을 초청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좋아하는 책을 추천했다. 축구 선수들이 우상인 영국 남자 아이들에게 이는 상당히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학교와 도서관으로 아빠들을 초청해 남자들의 공통 관심사인 스포츠에 대한 책을 함께 읽는가 하면 축구 전문 작가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마련하고, 아빠와 아이가 협업하여 가상 축구 선수 인터뷰를 해보도록 했다. 아이는 스스로 좋아하는 축구를 더 잘 알기 위해 더 열심히 책을 읽으면서 독서가 여성스러운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활동이며, 취미를 좀 더 깊이 있고 즐겁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1년 내내 이어지는 문학 축제

영국 독서 문화에서 또 다른 인상 깊은 1년 내내 문학 축제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어린이 문학페스티벌도 있고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북페스티벌에서 어린이 이벤트를 따로 여는 축제도 있다. 독서와 북페스티벌을 즐기는 영국의 부모들은 그 윗세대로부터 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배우며 컸고, 자연스레 자녀들의 손을 잡고 축제의 현장을 찾는다. 어린이 문학페스티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저자와의 만남이다. 7~10일 동안 100여명의 작가가 참가하는 문학축제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가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반전과 말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절에서는 목젖이 보이도록 웃으며 행복해한다.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것을 체득한 아이들은 문학축제에 가기 위해 오랫동안 용돈을 모으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하루라도 빨리 읽기 위해 밤새 서점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기다린다.

 

가정과 사회가 유기적으로 힘을 모아 책 읽는 즐거움을 대물림하는 영국인들. 세익스피어와 제인 오스틴, 조앤 K 롤링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영국에서 탄생하고,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 세계적인 영화들을 비롯해 앤드류 로이드 웨버, 카메론 맥킨토시를 필두로 하는 뮤지컬 산업 등 창조산업 인력들이 영국에서 유독 많이 배출되는 것은, 독서력을 갖춘 인재들이 앞다투어 창의성을 샘솟듯 쏟아내기 때문이 아닐까. TV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놀이에 빠져있는 한국 아이들에게 영국인의 독서 문화와 교육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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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독서 교육법

학교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내가 당장 바꿔줄 수 없지만, 우리집의 독서 환경은 오늘부터 변화를 줄 수 있다. 영국 아이처럼 책 읽는 아이로 키우는 몇 가지 을 정리했다.

 

부모가 먼저 읽어라 영국 엄마의 장바구니에는 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장을 보러 가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녀는 자연스럽게 책에 흥미를 갖게 된다.

읽기 리스트를 강요하지 말아라 아이들은 책을 고르면서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고 정보를 찾는 방법을 터득한다. 책을 고르는 능력 역시 학습의 일환이다. 책을 추천할 때는 의무적으로 읽도록 하기 보다는 엄마가 어린 시절 좋아하던 책이 있었는데, 그 책도 같이 읽어볼래?’ 라고 말해본다.

관심사에 대한 책 전시 공간을 두자 축구를 좋아한다면 축구 관련 책을,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림 책을 꽂아두자. 마치 백화점 매대처럼 요즘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 책을 꽂아놓는 것이다. 아이가 한창 빠져있는 책이 있으면 같은 작가의 책을 슬며시 꽂아두고, 경주 여행 전후에는 경주에 관한 책이나 박물관 도록이 한 칸을 차지하도록 한다. 이 방법을 쓰는 <영국의 독서 교육> 김은하 저자는 이 전시 책장이 아이의 다른 책장보다 이용도가 높다고 했다.

부모가 읽어주는 책은 감성적 영양제다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아이는 책이 중요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사랑 받고 있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받는다. 또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알파파가 혼자 읽을 때보다 더 많이 나오고, 감정의 뇌인 측두엽과 변연계는 활성화된다. 아이는 글자에 연연하기 보다 그림 정보를 읽거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내면서 적극적인 재구성 작업을 한다.

바쁠 수록 책 읽어주기가 유용하다 본래 책 읽어주는 역할은 부모 중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 하는 것이 좋다. 짧은 시간에 아이의 마음에 훌쩍 다가가는 방법 중 가장 손쉬운 것이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너도 이런 적 있니? 아빠는 있었는데무심한 듯 툭툭 물어보면서 밥상 앞에서 선뜻 듣기 어려운 아이의 고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잡다한 세상 만사로부터 잠시 휴식하는 기회도 된다.

함께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자 영국 아이의 독서 경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함께즐긴다는 점이다. 북페스티벌, 작가와의 만남, 서점과 도서관의 동화 구연, 북클럽 활동은 모두 혼자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는 활동이다. 가족들이 아이돌 가수와 TV 프로그램에 대해 즐거운 수다를 이어가듯, 책에 대해 즐거운 대화를 주고 받자.

한국 북스타트 운동을 활용하자 영국에서 시작된 북스타트 운동은 미국, 캐나다, 일본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3개월부터 초등학생 아이라면 연령별 그림책과 간단한 워크북 재료를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www.bookstart.org)에서 상세 내용과 주요 시행 기관 리스트를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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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칫솔이 중요하다고 믿게 하듯 책이 중요하다고 믿게 할 수 있다. 책은 마음의 칫솔이다.”

영국 북스타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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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도서 <영국의 독서 교육>(대교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