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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투계 경기 사봉 -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다

달팽이여행 2012. 2. 26. 21:42

리핀 최대 민족 스포츠, 계 경기 사봉(Sabong)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다

어느 따뜻한 일요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투계장 파사이 칵핏 아레나. 투계 대회에 참가한 수탉 마리가 서로 팽팽히 노려보며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주변을 둘러싼 관중들 눈에도 긴장감이 서려있다. 지금 리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민족 스포츠, 투계경기 사봉(Sabong) 열리고 있다

 

필리핀 투계경기를 따갈로그어로사봉(Sabong)’이라고 한다.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전통스포츠 하나다.

과거 스페인 강점기 식민지 생활의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일상적으로 즐기는 여가수단으로 이용돼 왔으며, 지금도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필리핀 전역에는 1만여 이상의 상설 투계장이 있다. 전국 규모의 사봉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마닐라 아라네타 콜로세움이 투계장으로 이용된다. 자리에 모인 수천 명이 열광적으로 관람하며, 이는 TV로도 생중계된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투계용 닭은 한국인에게 갖는 의미와 비슷하다. 한국 어느 시골을 가도 한두 마리가 곳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필리핀 어느 지역을 가든 투계용 닭을 쉽게 만나게 된다.

필리핀 사람들은 투계용 닭을 마치 가족처럼 소중히 돌본다. 병아리 투계 후보를 선택해 양성하는 과정은 스포츠 선수 양성과정과 다를 없다. 투계용 닭은 칼슘, 철분, 인삼 추출물을 포함한 온갖 영양가 있는 사료와 비타민제, 각종 보양식을 먹으며 자란다.

또한 투계용 닭은 순발력, 지구력을 키우는 기초 훈련을 받고 실전과 같은 모의 사봉을 통해 끊임없이 연습한다.

재산목록 1호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최고급 닭은 한채 값보다 비싸다. 전용샴푸, 전용 먹이까지 있다고 하니, 사봉에 대한 필리핀 사람들의 애정을 짐작할 있다.

투계장은 대개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위치한다. 필리핀에서는 투계경기가 합법적이며 ‘월드슬래셔컵(World Slasher Cup) 토너먼트가 열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 경기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의 관중들이 모인다. 대회 우승자에게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주어진다. 아라네타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슬래셔컵 담당자는 “하룻밤에 3 7천만 정도의 돈을 거머쥐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 있다. 물가가 한국보다 낮은 필리핀에서는 더군다나 실로 엄청난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관중들은 경기 판에 1,000페소( 2만원) 건다. 내기돈 액수는 경기 규모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700 페소(15,000) ~10,000 페소 (209,400) 선이다.

투계장 풍경은 한국 씨름장과 흡사하다. 원형구장 중앙으로 투계 주인이 각각 자신의 투계를 안고 입장한다. 이때 관중들은 닭의 상태를 재빨리 확인 승리할 것으로 보이는 닭에 돈을 건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수많은 관중들이 술렁이며 장내 분위기가 뜨겁게 고조된다.

승부는 불과 , 때로는 그보다 짧은 순간에 결정되기도 한다. 마리 마리가 죽거나 주인이 하얀 수건을 던져 기권 의사를 밝히면 경기는 끝이 난다. 똑똑한 닭은 상당한 전술을 구사하기도 하며, 주인이 외치는 말을 알아듣는다고도 한다.

경기시작 5분이 지나도 별다른 경과가 없을 때는 두발에 타리(tari)’라는 작은 칼날을 달아 승부를 가린다. 투계 닭들은 타리(tari) 달자마자 서로의 목을 공격하기 때문에 승부를 가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상대 닭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그대로 튀기는 혈전 벌어진다.

 

수탉을 통해 인간을 엿보다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는투계는 그것을 주관하는 사람과 관중이 가진 불안정한 측면, 혹은 그들 자신을 표현하는 이라고 말한 있다.

 

투계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의 세력 갈등, 충돌, 모순 권력 관계를 상징한다. 투계 당사자인 수탉은 용맹함을 겸비한 동시에 일족에 대한 보호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무사와 가장의 역할을 반영하는 동물로 상징된다. 수탉의 혈투를 인간세상 남자들 간에 이뤄지는 혈투와 비교하는 이유도 바로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끔찍하고 잔인할 것만 같지만, 사봉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빠져들 하는 매력이 있다.

 

닭이 동시에 날아오르며 벌이는 순간의 전투는 너무나 맹렬하고 생생하다.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투계들의 혈투를 인간들의 혈투와 빗대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기에 사봉은 수많은 사람들이 거액을 걸고 관전을 할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을 방문하면 투계들의 용맹스러움을 엿볼수 있는 투계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경기규칙이나 사전 지식에 해박한 사람과 동행한다면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있을 것이다. , 투계장에 아이들은 출입할 없다는 기억하도록.

 

사봉은 필리핀의 수도권이라 있는 메트로 마닐라 지역에서 거의 매일같이 열리며, 유명 관광지인 세부에서는 일주일에 최소한 3 이상 개최된다. 지역에서는 대개 주말이나 공휴일에 열린다.

 

투계장 밖으로 시원하게 뻗은 대나무 위로 빨간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면, 안에서 사봉 경기가 열리고 있다는 신호이니 주저말고 들어가보기를 권한다.

 

믿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날카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투계혈전은 분명 당신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2007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