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National Parks in Korea
올 가을엔 아이와 국립공원 나들이를 계획해 보자. 어깨에 힘을 빼고 무심히 걷는 것이 포인트다. 발바닥에 닿는 흙의 포근한 감촉이 정수리에 닿을 때까지, 방전된 심신이 ‘재부팅’될 때까지 느릿느릿 걸어보자. 몇 시간 일찍 일어난 보상은 충분히 받고도 남을 것이다. 한국의 자연경관을 대표하는 국립공원 20곳 중 10곳을 선별했다.
editor 임효정
어머니의 품을 닮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국립공원
지리산은 전북 남원, 전남 구례군, 경남 하동군과 산청군, 함양군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면적만 해도 설악산의 2.4배, 한라산의 3.3배에 달한다. 남한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인 지리산은 예로부터 영산으로 추앙 받은 명산이다. 우리나라가 육로보다 철도 여행이 먼저 발달하면서 지리산이 자연스럽게 전라도 산으로 인식되었다. 경상남도에서 오르는 코스를 택하는 것도 지리산을 비교적 한갓지게 지리산을 오르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종주코스가 지리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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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라면 노고단 코스(1시간), 불일폭포 코스(1시간 30분), 구룡계곡 코스(2시간), 만복대 코스(3시간) 같은 단기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천왕봉 일출, 반야봉 낙조, 벽소령의 달, 세석의 철쭉, 불일현폭, 노고단의 운해, 피아골의 단풍, 연하천 선경, 칠선계곡, 섬진청류 등 지리산 10경도 알아두면 좋다.
주소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사리 922-18 문의 055)972-7771~2
과연, 절세가경의 수려한 자태
설악산국립공원
추석 무렵 내린 눈이 여름이 되야 녹아 이름 붙여진 설악산. 산세가 빼어나 절세가인, 산중 미인이라는 별명이 있다. 설악산 안에 마련된 산장에서 하룻밤 묵으며 청량한 산의 밤공기도 마시고 다음날 일출을 보는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될 듯. 현재 중청대피소, 수렴동대피소, 회운각대피소 등 3개 대피소에서 묵을 수 있다. 일출을 보기로 했다면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중청대피소에 머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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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는 이용일로부터 15일전부터 1일전 오전 10시까지 국립공원 홈페이지 (www.seorak.knps.or.kr) 홈페이지 예약 안내 게시판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오직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는다. 1인 예약 가능인원은 4명이며, 숙박비는 1인당 7~8천원이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설악로 833 문의 033)636-7700
추억처럼 향긋한 전나무 숲길
오대산국립공원
삼국유사는 국내 명산 중 오대산을 최고로 꼽았고, 이곳에서 불법이 흥할 것이라고 적었다. 연꽃의 형상이 떠오르는 부드러운 산세는 불교의 자비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오대산은 산봉우리 대부분이 평평하고 봉우리를 잇는 능산도 경사가 완만해 평탄한 흙산의 면모를 지녔다. 무엇보다도 월정사 입구에 약 1k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 중 으뜸으로 친다. 전나무의 그윽한 향취에 취해 숨을 깊게 들여 마시노라면 몸 속 구석구석까지 전나무향이 배이는 듯 하다. 우리나라 최초 명승 1호로 지정된 청학동소금강이 대표적인 절경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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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오대산 월정사에서 오대산장을 잇는 5.9km 구간의 오대산 옛길 복원사업이 완료돼 보다 걷기 편한 길로 태어났다. 복원된 옛길은 선조들이 왕래하던 길 그대로 자연스럽게 복원했다. 대부분 흙길로 조성돼 있으며 구간별 역사문화와 생태안내해설판, 수목에 대한 설명표찰, 2곳의 쉼터가 설치돼있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간평리 75-6 전화 033)332-6417
아름다운 천년고도
경주국립공원
경주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유일의 사적형 공원이다. 수려한 자연의 보존 차원보다 찬란한 신라 문화재 보호를 위한 문화재 집단 지구의 성격이 강하다. 불교문화의 백미인 불국사, 석굴암을 품에 안은 토함산, 800여 개의 문화재가 산재해 ‘노천박물관’으로 불리는 남산 등 8개 지구로 나뉘어진다. 눈길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신라시대 당시의 문화와 역사, 우리 민족의 정신이 녹아있다. 경주국립공원을 순회하는 관광버스를 이용하면 중요 명소와 유적지를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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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서제, 가장 행렬, 불교 행사, 예술제, 학술제 등 신라의 역사적 자산을 기념하는 신라문화제가 열린다. 올해는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열리니 신라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참고하자.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여명 6길 54 문의 054)741-7612~4
국내 유일의 해안형국립공원
태안해안국립공원
태안해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리아스식 해안(육지의 침강 또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육지의 일부가 바다 속에 잠겨 이루어진 복잡한 해안)이다. 230km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갯벌, 해안사구, 곰솔림, 사구습지 등 서해안 특유의 대자연이 펼쳐진다. 여기에 푸른 바다 위를 수놓은 72개의 크고 작은 섬과 푸른 송림이 해변 풍광에 운치를 더한다. 원형에 가까운 해양생태계를 간직한 태안해안의 자연관찰로는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자연의 신비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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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해안국립공원은 오묘한 해양생태계를 체험하고 알찬 해설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포대해수욕장에서는 전통적인 어로방식도 체험할 수 있다.
주소 충남 태안군 태안읍 장산리 16-1 문의 041)672-9737
북한산국립공원
북한산의 최대 장점은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수도권에 있다는 것이다. 도심 속 자연공원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로, 서울과 경기권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쉼터로 사랑 받고 있다. 작년에 21가지 테마의 둘레길 조성사업이 완공됐다.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가파른 등산길을 오르지 않아도 가뿐히 산의 품에 안길 수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스마트폰 전용 어플이 등장해 둘레길 방문이 보다 즐거워졌다. 어플을 켜놓으면 지도와 현 위치를 볼 수 있고, 중요 장소에 도착하면 설명이 흘러나온다. 이제 자연의 품에서 문화 정보까지 스마트하게 챙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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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부담 없이 걷기에는 역시 둘레길이 좋다. 북한산둘레길 홈페이지(http://ecotour.knps.or.kr/dulegil)에 들어가면 코스별 정보와 리플렛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성북구 보국문로 262길 문의 02)909-0497~8
최치원도 반한 경남의 금강산
가야산국립공원
해동 10승지 또는 조선 8경의 하나로 이름난 가야산. 경이로운 절경을 발산해 ‘경상남도의 금강산’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3대 사찰이자 팔만대장경을 천 년간 간직해 온 해인사도 이곳에 있다. 신라 말의 대시인이자 문장가였던 최치원이 명승지를 유람하다가 마침내 이 산에 은둔한 후 다시는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특히 가야산 해인사 앞자락을 굽이쳐 도는 홍류동 계곡길은 가야산의 많은 계곡 중 가장 이름난 곳이다. 단풍이 어찌나 붉은지 계곡물까지 붉게 물들인다고 하여 홍류동 계곡길이라는 고운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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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홍류동 계곡에 조성된 '해인사 소리길'이 가야산 단풍여행의 명소로 떠올랐으니 참고하자. 고운 최치원 선생이 글을 읽거나 바둑을 두며 풍류를 즐기던 농산정, 해인사에 살다 적멸에 이른 성철 스님을 기념하는 성철스님 사리탑, 최치원 선생의 자취가 남아있는 청량사, 농산정, 학사대 등도 유명하다.
주소 경남 합천군 가야면 야천리 886번지 문의 055)930-8000
신선의 땅에 솟은 거대한 암산
주왕산국립공원
슬로시티 청송에 있는 주왕산은 가을산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산 초입부터 웅장한 규모로 자리 잡은 기암괴석 절벽은 언제 봐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방을 압도하는 암벽 바위로 둘러쳐 있으면서도 유모차를 끌고 가도 좋을 만큼 부담 없는 산책길이 이어지는 것이 반전이다. 제1,2,3 폭포가 2km 반경 안에서 차례로 나타나는데, 폭포마다 다른 매력을 발산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산행의 주요 기점은 대전사이며, 주방천 계곡을 끼고 있는 명소들이 주요 포인트이다. 조선조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주왕산을 두고 ‘모두 돌로써 골짜기 동네를 이루어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는 산’이라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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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까지 왔다면 주산지 여행은 필수다. 왕버들과 안개, 바람과 구름 등이 오묘하게 조화돼 신선 세계에 온 듯 묘한 분위기가 맴도는 곳으로,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특히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주산지 촬영의 백미다.
주소 경북 청송군 부동면 상의리 406번지 문의 054)873-0014~5,0024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3관왕
한라산국립공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라산. 하늘의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이 솟아서 한라산이라 이름 붙었다. 남한의 최고봉이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웅장하고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한반도에서 떨어져 있고 해발고도에 따른 기후대의 차이로 한대 및 열대성 동물이 공존한다. 또한 저지대의 난대성 식물부터 고지대의 고산 식물에 이르기까지 내륙에서 보기 힘든 희귀종을 마주할 수 있어 이국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한라산 일대는 총 7개 탐방로가 있는데, 그 중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코스가 주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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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라면 영실코스를 택하자. 출발지 자체가 높아 산행 시간이 짧고 오백장군 기암과 멋들어진 병풍바위을 만날 수 있기 때문. 계절별로 입산과 하산시기를 엄격히 통제하니 시간 체크에 유념하자. 홈페이지(www.hallasan.go.kr)에서 상세 정보와 탐방 지도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1100로 2070-61 문의 064)713-9950~3
고요한 바다 위에 핀 섬꽃
한려해상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은 경상남도 거제시 지심도부터 여수 오동도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 국립공원이다. 거제, 통영, 사천, 하동, 남해, 여수 오동도 등 6개 지구로 나뉜다. 시인 정지용은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는 여행기를 남겼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위에 수많은 섬들이 꽃처럼 흐드러져 있는 풍경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한려수도를 부드럽게 감싸는 안개는 동양화 풍경에 멋을 더한다.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기운이 감도는 풍경에 취해 있노라면 이곳을 찾은 이들도 하나의 섬처럼 잠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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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미륵산에서 한국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길이 1,975m)라는 수식어를 단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한려수도의 절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나무데크길을 따라 정상으로 가다 보면 한산대첩, 당포해전 전망대, 박경리 묘소 전망 쉼터도 있다.
주소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 남해대로 675번길 8-9 문의 055)860-5800
롯데카드 매거진 <Bien> 글 임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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